[책] 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 추천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제목이 많이 들어 본 것 같아 빌려 읽었는데 내용을 읽다 보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찾아보니 책 소개 혹은 영화 소개에 '아가씨'와 '핑거스미스' 이야기가 나온다. 즉, 아가씨의 원작이 핑거스미스인 것이다.
원래 이 책은 2006년에 초판이 번역되어서 국내에 소개되었다가 품절 혹은 절판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영화 아가씨의 인기 여파로 2015년 초판이 다시 판매가 되었고 2016년에는 책의 글자체와 표지 디자인 등을 개선한 개정판이 나왔고 현재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그래서 인지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세라 워터스는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그리고 그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는 것이지만 이 저자에 대한 평을 보면 출판되는 책마다 동성애적인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며 영화 '아가씨'에서도 아가씨와 하녀간의 동성애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를 의미한다. 이 책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런던의 평범한 소매치기 였던 수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은 '아가씨'인 모드, '하녀'인 수전, '사기꾼' 젠틀먼이다. 추가적으로 아가씨의 삼촌, 하녀가 함께 살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그리고 가명을 쓰고 애칭도 쓰긴 하지만 이름 때문에 헷갈리거나 산만해 지는 경우는 없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분류되어 있는데 1부는 하녀의 시선으로, 2부는 아가씨의 시선으로, 3부는 다시 하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와는 다르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하녀와 아가씨 사이의 대화 하나 하나가 사실 반전을 위한 중요한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영화와 비슷한 내용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결말도 유사하지만 매우 틀리다. 아마 직접 책을 읽어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동성애적인 내용도 나오긴 하지만 영화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810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다. 사실 책의 두께를 보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을 했을 정도로 두껍게 보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책의 중간 부분, 즉 아가씨의 시선으로 소설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2부의 경우는 굉장히 지루하여서 책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처음 200페이지를 읽는데 하루가 걸렸고 마지막 500페이지부터 810여 페이지까지 읽는데 하루가 걸렸는데 그 중간 약 300여 페이지를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을 정도이다. 물론 연말이라 좀 바쁘고 그런 것도 있었지만 중간 부분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어쨋건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이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아마도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을 처음 접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고 영화에서 이미 경험한 반전을 모르고 책을 읽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핑거스키스의 인기와 더불어 세라 워터스의 책도 속속 번역되고 있다. 현재 6권의 책이 번역되었으며 핑거스미스는 그 중 3번째 책이다. 가장 최근 번역된 책이 '게스트' 인데 이 책 역시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라 쉽게 구입해서 볼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핑거스미스 제일 뒤편에 번역자와 세라 워터스간에 인터뷰한 내용이 나와 있는데 이 부분도 한번 읽어볼 만 하다. 작가의 생각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인터뷰에서 작가는 자신의 책 중 '끌림'을 가장 좋아하고 '벨벳 애무하기'를 집필 할 때 제일 즐거웠다고 하는데 두 권다 현재 국내에서는 절판 및 품절 상태라 구입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