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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를 읽었다. 세라 워터스 답게 굉장히 긴 장편이다. 700 페이지가 넘으며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씨도 작고 촘촘한 편이라 아마 다른 베스트 셀러 조판 방식 대로라면 2권으로 나눠서 각각 500 페이지씩 만들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만큼 내용이 긴 장편 소설이다.


처음 내가 읽었던 세라 워터스의 책은 핑거 스미스이다. 아가씨의 원작이기도 했고 1900년대 초기 영국의 시대상을 잘 표현하기도 했으며 내용도 길고 스토리도 다양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정말 멋진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이책 저책 뒤적 거리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작가가 세라 워터스이기에 골라잡았다. 특별히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작가가 세라 워터스 였다는 이유 하나이다. 그 만큼 나에게 핑거 스미스가 기억에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몇몇 서평을 보니 세라 워터스가 쓴 소설 중 유일하게 동성애 내용이 없다고 한다. 그 만큼 작가 스스로가 동성애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대학에서 동성애로 학위도 받았기 때문에 동성애가 안나오는 책은 좀 독특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결론 부터 말하면 책은 지루하다. 핑거 스미스와 책의 분량은 비슷하지만 읽는 내내 굉장히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스토리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주된 내용은 영국의 망해가는 대지주의 집인 헌드레즈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주인공은 가정의인 닥터 페러데이이다. 그의 어머니는 대저택 헌드레즈홀에서 하녀로 일했었다. 그리고 헌드레즈홀에서 살고 있는 에어즈 부인, 그리고 아들인 로더릭, 딸인 캐롤라인 그리고 하녀 베티가 주요 등장 인물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주인공인 닥터 페러데이 시점으로 모든 일들이 설명되어 지고 있다.


그리고 헌드레즈홀에서 출몰하는 귀신에 의해 다소 환타지 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귀신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면 공포물이나 환타지 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이 책의 귀신은 너무 게으르다. 잘 나타나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으며 몇번 큰 이벤트도 보여주지 않는다. 책 제목의 리틀 스트레인저가 바로 그 집에 기거하는 귀신을 의미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귀신의 비중이 매우 적다.


그렇다고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역사 소설도 아니다. 한마디로 애매한 책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지루하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그렇게 재미없다고 느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었고 비교적 빨리 읽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묘한 재미를 느꼈는데 그걸 참 설명하기가 어렵다.


책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금이 간 창유리뿐이고, 거기에서 이쪽을 지그시 노려보는 일그러진 얼굴은, 간절히 원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한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사실 이부분이 결국 이 책의 결말이고 반전인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대부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경우 주인공의 모든 말과 행동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주인공이 거짓말로 생각을 하고 글을 진행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였을까?